서천서역관리국
한국풍 퇴마 트리플지
구매 전 안내사항
크툴루의 부름 × 한국풍 퇴마 세계관
24, 수연, 청서 트리플지로 각 시나리오는 연관성이 없습니다.
- 24 《레디메이드 우울》 → 수연 《죽기 위해 태어난 것》 연결 가능
- 청서 《큐피드의 한숨》 → 수연 《죽기 위해 태어난 것》 연결 가능
책자 사양
A5|178P|무광 표지|본문 PDF 포함
수록 시나리오
· 레디메이드 우울 Ready-Made Blue
· 죽기 위해 태어난 것 Born to Die
· 큐피드의 한숨 The Sigh of Cupid
판매가
25,000원(배송비 제외)
세계관
서천서역관리국
천류성 作
이 세계관은 ‘크툴루의 부름’을 한국 신화풍으로 각색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한국 설화를 밑바탕 삼아 무속 신앙, 불교, 도교 등 각종 종교를 참고하였으며, 놀이를 위한 각색이므로 엄격한 고증보다는 자연스러운 설정을 우선시하였습니다. 따라서 관련 지식이 없더라도 세계 설정만 숙지하면 누구나 즐길 수 있습니다. 세계관의 출처를 밝힌다면 자유롭게 각색·사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공개 배포 중입니다.
레디메이드 우울
Ready-Made Blue
24 作
인원 타이만 / KPC + 탐사자
배경 현대 / 대한민국 / 봄장마
KPC와 탐사자는 축축한 사건에 휘말립니다.
【요약표】 | |
관계성 | 관계를 크게 타지 않습니다. 서로 친분이 있다면 OK. 신규 탐사자의 차사 데뷔 시나리오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
KPC | 태양/햇살 수인……이면 재밌습니다. 반대로 결코 울지 않을 것 같은 무뚝뚝한 성격이어도 좋습니다 |
탐사자 | 특별히 없음. 일반인. |
3월, 봄이 다가왔음에도 사람들의 표정이 어둡습니다. 연일 계속되는 비에 하늘은 온통 우중충하고 공기에선 습한 냄새가 납니다. 겨울과 봄을 잇는 빗줄기라 그럴까요. 봄장마는 유난히 뼛속까지 파고들어 몸을 시리게 합니다. 조금은 멜랑꼴리한 나날이네요. 그래서일지, 언제나 밝은 모습의 KPC가 최근 들어 기운이 없어 보입니다. 한숨을 폭 내쉬질 않나, 자꾸 생각에 잠겨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비가 그치고 다시 해가 나면 괜찮아질까요?
그러던 어느 날, KPC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목격하고 맙니다…….
지고의 미를 빚어내는 법.
젖은 아라홍련, 물안개 타래, 푸른 비취.
그리고 그녀의 눈물 한 방울.
◎ 진상 미리 보기 (스포일러 주의)
어떤 조향사가 있었습니다. 스프링 시즌을 맞아 신작을 꼭 완성해야 했지요. 그런데 데드라인이 있는 작업일수록 그렇듯이, 좀처럼 진척되지 않았습니다. 며칠 밤을 지새워 몰두하던 조향사는 어느 날 꿈을 꾸었습니다.
아주 깊고 신비로운 바다. 하늘거리는 지느러미를 가진 반투명한 물고기들이 원을 그리며 헤엄치고, 높고 가는 울음소리가 들리는 곳. 아름다운 한편 오싹한 우울과 어둠을 품고 있는 곳. 인계의 바다라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모습에 제작자는 그대로 매혹되었습니다.
깨어난 그는 꿈에서 본 바다에 영감을 얻어 향수를 제작했습니다. 시트러스, 그린, 워터리, 화이트 로투스, 워터릴리, 머스크. 이외에도 많은 노트를 넣어 만들어낸 이 향수의 이름은 ‘데이드림 블루’입니다. 그야말로 역작이었습니다만…….
옛날 옛적 넓은 바다 한가운데, 험난한 해역이 하나 있었습니다. 매양 거센 바람이 불고 큰 물결이 치며, 안개가 끼어 접근하는 배를 혼란케 하였습니다. 사람이 많이도 죽은 그곳을 가리켜 ‘인당수’라 불렀습니다.
후에 효녀 심청이 공양미 삼백 석을 받고 스스로 인당수에 뛰어들어, 그 효심으로 용왕을 감격하게 했습니다. 연꽃을 타고 뭍으로 올라간 심청은 왕후가 되었고, 맹인 아버지와 상봉하여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인당수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곳에서 목숨을 잃은 뱃사람들과 제물이 되었던 여인들은요. 그들은 어디에도 가지 못하고 아주 오래 갇혀 있었습니다. 귀신 중에서 가장 한이 강한 수귀(⽔⿁)가 되어서요.
서천서역관리국의 업무엔 인당수 관리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탈출한 수귀들이 인계에 가면 막심한 피해를 끼칠 게 분명합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불운한 조향사의 꿈과 인당수가 이어지고 만 겁니다. 꿈을 통해 흘러 나간 인당수의 물이 향수에 섞입니다. 인당수의 수위가 줄어들고 있단 걸 알아차린 관리국은 인계에 거주 중인 차사에게 사건 조사를 명합니다. 그 차사는 바로 KPC입니다.
KPC는 제 주변부터 조사를 시작합니다. 탐사자와, 탐사자가 가진 향수를 발견하는 데엔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탐사자는 소위 말하는 ‘트이기 좋은 체질’이었습니다. 억울한 원혼들이 고을 원님에게 매달리듯 수귀들은 탐사자 앞에 얼쩡거립니다. 이를 막으려다 도리어 KPC가 중독된 건 어쩔 수 없는 비극입니다. 한에 중독된 KPC는 쏟아지는 눈물로 영안이 흐려지고, 체온을 빼앗겨 존재가 약해집니다. 탐사자의 도움이 없다면 사건을 해결할 수 없을 것입니다.
각 탁은 KPC와 탐사자의 관계를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습니다. KPC의 백스토리로 미루어 보아, 전부터 알고 지냈으나 깊은 곳까진 모르는 사이 정도가 무난할 것입니다. 탐사자의 영안 체질이 우려되어 남몰래 도와주고 있었다는 설정도 좋겠습니다. 시나리오에서 KPC는 자신이 차사라는 걸 숨기고 있습니다.
한편, 도시의 사람들은 음기 서린 인당수의 영향을 받아 점차 우울하고 무기력해집니다. 이대로 인당수가 계속 흘러나간다면 도시는 물에 잠기고, 결국엔 지도에서 사라져 인당수 그 자체가 되어버릴 겁니다.
과연 KPC와 탐사자는 도시와 사람들,
그리고 서로를 구할 수 있을까요?
◎ 맛보기 구절
난감한 마음에 서 있길 십여 분. 강 저편에서 안개를 헤치고 작은 배가 이편으로 다가옵니다. 낡고 삐걱거리는 나룻배. 긴 막대를 들고 선 형체와 배에 앉아 있는 형체가 보입니다. 어쩐지, 몸을 숨겨야 할 것 같은 직감이 듭니다. 탐사자는 갈대밭에 숨어 엿봅니다. 삿대를 움직이는 사공은 예스러운 삼베 한복을 입고 있습니다. 사공은 손님에게 말을 붙입니다.
“아이고, 고생 많으십니다. 무슨 건이길래 이렇게 차사님을 직접 부르는가요.”
차사, 라고 불린 손님은 검은 두루마기를 입고 있습니다. 갈대의 각도가 절묘하게 가려져 여기서는 얼굴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게요. 물이 줄어든다고 하더라고요. 수위가 빠지는 속도가 급격해서, 얼른 해결하라고 불려서 달달 볶였어요.”
음? 이 목소리는…….
“얼굴이 반쪽이 되었네그려. 아주 수척해요, 수척해. 다른 손님들과 섞어놓으면 못 알아보겠어요. 오신 김에 꽃밭에 들러 기분 전환이라도 하지요.”
“아, 이건 그런 게 아니라…….”
훌쩍, 하는 소리와 함께 사공이 놀라 소리칩니다. “세상에, 차사님이 우는 건 처음 봤습니다! 이거 아주 블랙 회사 아니야!”
관찰력 판정에 성공하면, 갈대 사이로 어느덧 가까워진 배 위의 사람이 보입니다. KPC가 눈물을 훔치고 있습니다. 눈물을 멈추기 힘든지 뺨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리다 강물에 퐁당, 퐁당 떨어집니다. 사공은 어쩔 줄 몰라 삿대를 내
팽개치고 KPC를 살피고 있는데요.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을 때, 쉬이이익—, 쉬익—. 혀를 날름거리는 검은 뱀이 탐사자의 눈앞에 나타납니다! 뱀이다!
탐사자에게 어떻게 행동할지 묻고, 적절한 판정 등으로 진행해 주세요. 적당한 타이밍에 KPC가 구해줍니다. KPC가 허리춤에서 뽑은 검이 허공을 가릅니다. 뱀을 직접적으로 베진 않았으나, 공기를 찢는 검기에 뱀은 스르륵 물러
나 강물로 도망칩니다. 검을 되돌리자마자 KPC는 놀란 얼굴로 당신을 봅니다.
“탐사자……? 왜 여기에?”
그걸 탐사자가 알 리 없지요. 만일 탐사자의 대답이 사공의 의심을 살 만한 내용이라면, KPC는 일단 탐사자의 입부터 막아버립니다. 사공은 뱀이 도망친 강을 보며 혀를 쯧쯧 찹니다.
“물뱀들이 얌전히 있을 것이지 자꾸 밖으로 나와서. 그런데 차사님, 그쪽은……? 아는 분인 것 같은데요?”
“그, 그, 신입입니다. 몇 번이나 일러도 두루마기가 불편하다며 자꾸 그냥 오지 뭔가요. 제가 따끔하게 타이를 겁니다.”
사공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삿대를 움직입니다. 나룻배가 스르르 미끄러지며 다시 저편으로 향합니다.
“그럼 차사님들~ 수고하세요~.”
KPC는 사공이 안개 너머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당신의 입을 막은 손을 떼지 않습니다.
⊙ ⊙ ⊙
[제목] ㄷㅇㄷㄹ ㅂㄹ 쓰면 가슴이 너무 아리지 않아?
ㅎㅎ 신상 향수 뿌릴 때마다 막 가슴이 찢어질 거 같고 눈물이 주룩주룩 떨어져서 잘 못 뿌리겠어…. 사실 저번에 꿈을 꿨는데 내가 광고처럼 바다를 헤엄치는데 막 누가 심장을 부여잡는 것처럼 찢어질 것 같더라. 정말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데 가슴이 너무 아리고 눈물이 나…. 계속 누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아니, 누굴 만나야 하는 것처럼? 너무 서럽고 그런 감정의 소용돌이가 마구 치는 느낌이야…. 왜 그런 걸까?
ㅠ전생에 인어공주 뭐 그런 거였냐고….
┗ 그거 니가 친구들 다 그물에 잡혀가고 혼자 남은 참치라서 그런 거임
죽기 위해 태어난 것
Born to Die
수연 作
인원 타이만 / KPC + 탐사자
배경 현대 / 대한민국 / 겨울 / 제주도
작중 정확한 날짜는 1월 29일이지만, 중요한 내용은 아닙니다.
【요약표】 | |
관계성 | KPC와 탐사자 모두 서천차사입니다. 같은 스승에게 배운 동문 출신으로 각자 NPC와 어떤 사제 사이였는지 설정해 두어야 합니다. 둘 사이 감정은 동료애 내지는 전우애를 상정하고 작성했습니다. |
KPC | 【광기】 자살 충동에 시달리고 있어 눈만 떼면 죽으려 듭니다. 캐릭터 설정과 연결된 진상은 없습니다. 광기 롤플레잉이 가능하다면 누구든 괜찮지만, 못 볼 꼴까지 다 보여주는 역할이니 체면을 중시하는 캐릭터는 권장하지 않습니다 |
탐사자 | 파트너가 죽으면 곤란한(최소한 죽기를 바라지 않는) 캐릭터여야 합니다. |
경고문 | 진행 도중 KPC가 계속 죽습니다. 반복적인 자살, 그로테스크한 신체·시체 훼손 묘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 불쾌하게 여겨질 만한 상황이 자주! 등장하니 부디 무엇이든 괜찮은 분만 열람해 주세요 |
“관리국에서 호출이야.”
달이 기울 때 떠났던 KPC는 이레를 꽉 채운 후에야 돌아왔습니다. 핏기가 가셔 확연하게 파리한 낯빛으로.
“뭔가 잘못됐어.”
뭐가?
“나 신병에 들린 것 같아.”
그게 무슨 새삼스러운 개소리람.
KPC는 가타부타 설명하는 대신 주방으로 걸어가 식칼을 꺼냅니다. 어젯밤 닭고기를 저미던 날이 새파랗게 빛나고, 찰나의 눈부심을 끝으로 산 사람의 목덜미를 향해 수직 낙하합니다. 뎅겅. 고기인지 목숨인지 모를 토막 치는 소리와 함께.
데굴데굴.
“죽고 싶어 미칠 지경인데, 무슨 수를 써도 죽을 수가 없어.”
바닥에 굴러떨어진 머리가 말합니다.
◎ 진상 미리 보기 (스포일러 주의)
작년 동지섣달 긴긴밤, 안효원은 외나무다리에서 참혹한 진실과 대면합니다. 다리 너머 어둑시니가 한때 최호원이었던 혼백임을 알아본 겁니다. 사인검으로 어둑시니를 찔러 죽인 안효례는 혈안이 되어 진실을 찾아 헤맵니다. 어둑시니 중 일부는 업을 쌓은 혼백이 지옥의 가혹한 형벌 끝에 일그러진 것입니다. 이는 별로 대단한 비밀도 아니었습니다. 어둑시니를 사냥하는 서천차사 또한 업에서 벗어날 수는 없으며 ‘사후 같은 운명이 내정되어 있다는 것’만이 충격이었을 뿐. 깊은 배신감을 느낀 안효례는 광기에 빠져 ‘저승 시왕 살해 계획’을 세웁니다.
(중략)
KPC의 광기는 사실 ‘자살 충동’이 아니라 ‘아귀병’입니다. 이러한 식성은 아무리 봐도 이상하기에 자살 시도로 오해받게 됩니다. 탐사자에게는 KPC의 상태를 아래와 같이 전달해 주세요.
【광기】 자살 충동
시도 때도 없이 자살을 시도합니다. 바늘을 보면 먹고 칼을 보면 찌르고 난간을 보면 뛰어내리고 차를 보면 뛰어들고 맙니다. 이 증상은 ‘신병?’이 나을 때까지 계속됩니다.
【상태 이상】 작두타기
효과 인간의 몸에 신이 내리는 동안에는 칼로 베어도 피가 나지 않고, 불에 닿아도 살이 타지 않는 등 반 불사 상태를 유지합니다.
◎ 맛보기 구절
【사건】 추락 주의
[!] 기청제가 끝나면 이 사건이 발생합니다.
선임교를 향해 달려가는 얼굴은 초조함으로 일그러져 있습니다. 서천차사로서 위기의식을 느낀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저건, 오히려……. 심리학 판정에 성공하면 ‘탐욕에 사로잡힌 사람의 얼굴’임을 직감합니다. 실패하면 ‘환희로 물든 사람의 얼굴’이라고 착각합니다. 선녀가 조각된 거대한 오작교, 둥글게 올라가는 경사, 붉은 프레임 위에 놓인 춤추는 선녀의 머리. 정확히 다리 중앙에 도착했을 때 KPC는 망설이지 않고 그 아래로 뛰어내립니다. 높은 울타리를 기어올라— 그대로 뚝.
꺄아아아아악! 사람이, 사람이 떨어졌어요! 깊은 숲속에 폭포 소리보다 거대한 외마디 비명이 울려 퍼집니다. 메아리는 모든 비명을 돌림노래처럼 반복하며 숲 곳곳으로 퍼뜨립니다. 푸드덕, 공포에 질린 산새들이 저편으로 날아가 버리고, 탐사자는 천제루에 서서 모든 광경을 황망히 내려다봅니다.
(중략)
깊은 곳으로 굽이굽이 나지도 않은 길을 밟아 들어가면 계곡 바위 틈새에 걸려 있는 KPC가 보입니다. 재수 없게 머리부터 떨어졌는지 얼굴은 온통 곤죽이 되어 있고 네 개의 팔다리는 각기 다른 방향으로 꺾여 있으며 근처 바위며 흙에서는 비린내가 진동합니다. 사인검은 계곡에 빠져 저만치 떨어진 곳에서 달그락거리고 있습니다. 진정 죽음이었다면 시체조차 온전치 못한 악상을 치러야 했을 겁니다. 참혹한 광경에 탐사자가 충격받았다면 이성 판정(0/1D3).
“타사자.”
KPC는 어눌한 발음으로 탐사자를 부르며 더듬더듬 도움을 요청합니다. 이번에는 할 일이 많습니다. 피범벅으로 뭉개진 얼굴을 씻기고, 어긋난 관절 위치를 바로잡고, 잃어버린 치아도 찾아서 꽂아주어야 합니다. 대개는 쉽게
낫지만 어디에 꿰뚫린 건지, 뻥 뚫린 옆구리의 상처는 흩어진 살점을 찾지 못해 다소 비어 있습니다. 씻기고 지혈하고 봉합하고, 풀뿌리에 걸린 송곳니까지 찾아내 끼워 넣으면 KPC는 혀로 입안을 더듬어 봅니다. “응, 됐다. 전부 다 있어.”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지 끔찍한 상태에 비해 멀끔한 얼굴입니다. 물에 젖은 사인검을 챙기는 모습이 어찌나 태연한지 태평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미안, 미안. 다리를 보자마자 뛰어내리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더라고.”
(중략)
두 사람은 빠른 걸음으로 선임교 아래를 벗어납니다. 출동한 구급대원들은 구조 대상을 찾지 못해 한참을 헤매다가 돌아가고 맙니다. 이 추락 사건은 훗날 선임교 괴담이 되었다나 뭐라나. 대충 그런 결말입니다.
⊙ ⊙ ⊙
【사건】 펄떡펄떡 겨울 심장
[!] 이 사건은 【사건】 귀신 없는 바다 없다가 끝난 후 적당한 때 발생합니다.
쨍그랑! 철근 하나가 전면 창을 부수고 조수석(혹은 운전석)을 꿰뚫습니다. 산산이 조각나는 유리창과 뺨을 어슷하게 할퀴는 찬 바람, 가슴뼈가 부러지고 심장이 나가떨어지는 소리. 반 박자 늦게 고개를 돌리면 철근에 꿰뚫린 KPC가 널브러져 있습니다. 환부는 살짝 왼쪽으로 기운 중앙. 정확히 심장이 있는 자리입니다.
이번에야말로 죽어 마땅한 꼴이지만.
“내 심장…….”
KPC의 목소리는 멀쩡하기만 합니다.
“내 심장 어디 갔어?”
철근에 밀려난 심장은 잿빛 도로에서 펄쩍펄쩍 뛰고 있습니다.
큐피드의 한숨
The Sigh of Cupid
청서 作
인원 타이만 / KPC + 탐사자
배경 현대 / 대한민국
【요약표】 | |
관계성 | KPC와 탐사자 모두 서천차사입니다. 초면 혹은 데면데면한 사이를 권장합니다. 탐사자는 다른 부서에서 이동해 왔거나 신입으로 부임했습니다. |
추가 설정 | 서천서역관리국에는 세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암약하는 ‘사자부서’가 존재합니다. 그들의 업무는 필요에 따라 이승을 주무르는 자를 처단하고 그들이 부리던 어둑시니를 회수하는 것, 바로 KPC와 탐사자가 소속된 부서입니다. 두 사람의 사명은 의뢰인 ‘모란’을 살해하고 계약 대상(어둑시니)을 거두어 서천서역관리국에 종속시키는 것입니다. |
경고문 | 인체 절단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어느 날, 서천차사 KPC와 탐사자는 21세기 최고의 미인으로 선정된 연극 배우 ‘모란'에게서 의뢰를 받습니다. 목숨이 노려지고 있다는 말 한마디와 함께, 모란이 내놓은 협박 편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다음 공연의 막이 오를 때, 가장 아름다운 사람의 심장을 가져가겠다.’
여러분은 모란을 호위하게 됩니다. 서천차사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
◎ 진상 미리 보기 (스포일러 주의)
|KPC
서천서역관리국 사자부서 소속 차사. 정확한 자기 나이를 알지 못합니다. 계약을 맺고 차사가 되기 전까지의 기억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직속상관 ‘서현 도사’를 따르며, 기억을 되찾을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자신의 기억을 관리국이 보관 중이며, ‘서현 도사'가 시키는 대로 일하다 보면 기억을 돌려주리라 믿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조금이라도 관리국에 대항하는 데 거부감을 느낍니다. 장검 형태의 사인검을 사용합니다.
|탐사자
얼마 전 사자부서로 파견되었습니다. 보기 드문 희귀한 수호신과 계약을 맺었습니다. 어떤 신인지는 자유롭게 정할 수 있으나, 검은 뱀 ‘명왕'과 밀접한 관계입니다.
검은 뱀 ‘명왕’: 탐사자를 부른 수호신의 쌍둥이였던 존재입니다. 한때 신으로 군림하다 추락했거나, 신이 되지 못한 채 저승의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습니다. 약점은 자신의 나머지 절반인 수호신의 힘, 즉 탐사자의 피입니다. 탐사자의 수호신을 반전한 존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테스트 플레이 당시 탐사자의 수호신이 칠성신 파군이라 칠성신이 되지 못한 여덟 번째 형제이자 파군의 쌍둥이 동생이라는 설정을 차용했습니다.
|모란
과거 서천차사였으나, 모종의 거래를 통해 청산하고 이승의 배우로 대성했습니다. 어느 날, 관리국 내부 연줄로부터 ‘모란을 제거하기 위해 KPC를 보낼 것’이라는 밀서를 받습니다. 협박 편지는 스스로 만든 것으로, 원래는 KPC에게 의뢰하는 척 선수를 쳐 먼저 KPC를 살해할 생각이었습니다. 모란의 수호신 ‘취발’은 절반은 어둑시니로 모란에게 사역되고 있습니다. 존재를 고정하는 특수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대가로 술자의 생명력을 받아 갑니다.
서현 도사의 연인입니다. 어떤 사랑을 했을지는 탁의 상상력에 맡깁니다.
|서현 도사
사자부서를 관리하는 간부급 차사. 의뭉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인간 불신이 심합니다. 페이스가 흐트러지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검은 뱀'이 이끄는 어둑시니 군세와 맞서 싸우다 미륵과 많은 도사를 잃은 후, 실질적으로 관리국을
거의 혼자 이끌고 있습니다. 혼란이 생길까 우려해 지금까지 일어난 일은 전부 비밀로 해두었습니다.
서현 도사는 ‘검은 뱀'을 해치울 유일한 수단인 탐사자의 수호신을 불러내 이승에 구속하고자 KPC를 이용해 탐사자와 모란을 동시에 살해할 계획을 꾸밉니다. 그러나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세 사람은 빈사 상태로 살아남게 됩니다.
◎ 맛보기 구절
KPC가 탐사자에게 준 언질은 다음과 같습니다: 굳이 공연이 시작할 때까지 시간 끌 필요 없으니, 만나자마자 목숨을 거둘 것. 자신은 망을 볼 테니 탐사자가 직접 모란의 목을 베도록 한다. 망설이지 말 것. 최대한 흔적을 남기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한다.
모란은 두 사람에게 음료를 내어오겠다며 등을 돌립니다. KPC가 눈짓합니다. 검을 꺼내 베어낸다면 지금, 이 순간입니다. 민간인의 목숨을 거두어야 하는 이 임무가 마땅치 않게 느껴져 행동으로 옮기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엔 KPC가 ‘네가 하지 않으면 내가 하겠다.'라고 말하며, 끝까지 탐사자가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다면 KPC가 모란을 살해했다는 스크립트를 출력하고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탐사자의 검날이 번쩍이고, 다음 순간에는 새하얀 대리석 바닥 위로 붉은 피가 후드득 소리를 내며 떨어집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한 모란의 눈이 부릅뜬 채 마지막 순간까지 당신의 모습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이내 시신이 무기질한 소리를 내며 바닥을 나뒹굽니다. 시대를 풍미한 배우는 그렇게 숨이 끊어졌습니다.
검을 거두고 KPC를 향해 몸을 돌리려는 순간, 오싹한 살기를 예감합니다. 강제 민첩 판정, 성공하면 가히 동물적이라고 할 정도의 순발력으로 KPC의 검을 막아냅니다. 실패하면 KPC의 검에 당해 단숨에 가슴을 꿰뚫립니다. 이어
지는 지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실패했다면 적당히 후반부부터 진행해 주세요.
어째서 같은 서천차사가 당신을 공격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KPC는 당신에게 이유를 가늠할 시간조차 주지 않습니다. “서천서역관리국 사자부서 KPC, 지금부터 관리국장 미륵의 명으로 탐사자, 당신의 목을 거두겠다.”
근접전(도검) 판정합니다.
|근접전(도검) 판정 성공
당신의 기세에 밀린 KPC가 검을 쥔 채 조금씩 밀려납니다. 그 순간, 죽었다고 생각한 모란이 간신히 일어나 품에 숨겨둔 비수로 KPC의 목을 찌릅니다. 정면으로 분사된 피에 탐사자의 시야가 가려집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은 KPC가 목이 꿰뚫린 채로 탐사자의 심장을 향해 검을 내다 꽂습니다.
|근접전(도검) 판정 실패
KPC는 가소롭다는 듯이 당신의 검을 쳐내고 심장을 향해 검을 내지릅니다. 이내 서늘한 감각과 함께 은색 날붙이가 당신의 가슴을 꿰뚫습니다. 팔다리가 삽시간에 무겁게 느껴지고, 당신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주저앉습니다. KPC가
탐사자의 몸에 박힌 자신의 검을 뽑기 위해 몸을 숙이는 순간, 죽은 줄 알았던 모란이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어느 틈에 숨기고 있었던 건지, 품에서 비수를 꺼내 KPC의 목에 내리꽂습니다.
아수라장입니다. 탐사자에게 머리를 당한 모란, KPC에게 가슴을 찔린 탐사자, 그리고 죽은 줄 알았던 모란에게 목을 찔린 KPC… 삼각관계라는 말이 적합할까요. 셋 다 빈사의 중상을 입었지만,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모란이 악을 쓰며 무언가 소리칩니다. “취발아!!”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차고 있던 반지에서 새까만 연기가 피어오르며, 취발이 탈과 검은 망토를 뒤집어쓴 수호신이 나타납니다. 2m 남짓의 몸집, 8개의 다리와 하얀 갈기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풍깁니다. 그 탈 너머의 검은 눈이 휘어지듯 웃는가 싶더니, 세 사람이 있는 대기실에 자신의 입김을 채워넣습니다. 빈사 상태의 세 사람을 검은 연기가 감싸 안습니다.
도입 종료. 다음 페이즈로 넘어갑니다. ORPG라면 이 타이밍에 시나리오명을 출력하면 좋은 연출이 될 것 같네요!
⊙ ⊙ ⊙
◎ 삼각관계
탐사자는 거친 숨을 내쉬며 정신을 차립니다. 비슷한 순간에 나머지 두 사람 역시 깨어납니다. 바닥으로 흘렀던 피도 여전하고, 여전히 가슴팍에는 KPC의 검이 꽂혀 있습니다. 당신의 맞은편에 서 있는 KPC 역시 비수가 꽂혀 있는 자기 목을 매만집니다. 모란은 호흡이 어려운지 가다듬으려 하지만 잘되지 않다가…… 툭, 소리와 함께 목에서 머리가 떨어집니다.
모란의 잘린 목이 바닥을 구르며 불호령을 내립니다. 아름답던 얼굴은 흉하게 일그러져 있습니다. “이게 무슨 짓이야!!” 그 모습에 놀랄 틈도 없이, 당신은 전신을 가로지르던 끔찍한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습다. KPC 역시 마찬가집니다. 목소리에 쇳소리가 섞여 간간히 갈라져도 통증은커녕 말하는데 조금도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당신은 이것이 모란의 수호신인 ‘취발이’의 능력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어떻게 말하는 거지, KPC 역시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모란의 머리를 집어 들려고 합니다. 그러자, “손대지 마!” 모란의 눈썹이 사정없이 화난 각도로 치켜세워집니다.
“지금 당장은 살아있지만, 우리 셋 다 사실상 죽은 목숨이야. 어디까지나 현재의 상태에서 고정된 것뿐이지, 살아남은 걸로 생각하면 곤란해. 난 목이 뎅겅 잘리고, 너는 심장이 뚫렸고, 쟨 기도랑 식도에 구멍이 났으니까. 절대로 지금 상태에서 더한 충격을 주면 안 돼. 알겠지?”
그 말에 KPC와 탐사자는 동시에 깨닫습니다. 모란의 머리를 약간 움직이려고 시도하기만 해도 모란은 숨이 끊어질 뿐만 아니라, 모란이 죽으면 ‘취발이’ 의 능력도 사라져 KPC와 탐사자 역시 죽어버린다는 것. 또한…….
상대에게 꽂혀 있는 날붙이의 손잡이를 잡아 뽑는 것만으로도 상대는 죽는다는 것.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마자 KPC는 다시금 탐사자를 죽이기 위해 가슴팍에 꽂힌 검을 향해 팔을 뻗습니다. 저항한다면 근접전(격투) 판정입니다. 두 사람은 엎치락뒤치락 싸우며 각자 꽂힌 무기를 사수하고 상대한테 꽂힌 무기를 뽑기 위해 애씁니다. 물론,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KPC는 검을 뽑지 못합니다.
모란이 앙칼진 말투로 꾸중합니다. “야! 너네 아직도 정신 못 차렸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니까?” 그 말에 두 사람은 동시에 움직임을 멈추고 바닥에 놓인 모란의 목을 봅니다. 모란은 붉은 입술을 오므렸다가 펼치며 정론을 늘어놓습니다.
“난 이 상태로는 먹지도 마시지도 못해. 제대로 공급되어야 하는 영양분도 섭취하지 못하니 얼마 버티지 못할걸. 그럼 내가 죽는 건 시간 문제란 말이야! 더군다나 이런 상태인데 내가 버텨봤자 얼마나 버티겠니? 지금 나 죽으면 다 죽는 거야. 너네도 죽기 싫으면 내 말 들어!”